동이 트이지 않은
짙은 바다색의 하늘에서
눈이 펑펑 내려
아직 꺼지지 않은 가로등불이 불러낸
내 그림자 위로 쌓인다.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마음이 너무 설레어
뛰어갈 수 밖에 없다.


차를 타고 출발하는데
계속 내리는 눈에 와이퍼는 차 앞유리를 연신 닦아내지만 금새 흐릿해진다.
그런 모습마저 즐겁다.


문 연 곳을 찾아들어간 식당에서 
든든한 아침을 먹고
달리고 또 달린다.
혼자 다니면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거나 했겠지만
100% 대화만으로 시간을 보낸다.


날씨가 좋을 때만 골라서 가는 것인지
내가 가서 날씨가 좋은 것인지
착각을 할 정도로 좋은 날씨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그르락 그르락
밟으면 경쾌한 소리가 나는 하얀 자갈길
내 발과 녹색 이끼가 물속 훤히 보이고
갈대들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라고 하늘도 활짝 열어준다.


물살이 내 다리를 간지럽히고 장난친다.
간지럼을 많이 타는 편이지만 그런 물살이 싫지 않다.
강물도 즐거운 것 같아서 더욱 반갑기만 한데뭐.


장갑을 벗자마자 손이 얼어버릴 것 같지만
오동통한 덕이 4형제를 앞세워본다.
이번엔 누가 만나러 올까.
아니, 만나러 오지 않아도 좋다. 
여기 온것 만으로도 이미 행복하니까.
지난번 그 아이는 잘 돌아갔겠지?


산너머 뜨는 해가 강물로 내려와서 별이 되는 모습에 넋을 잃어
한동안 이끼조사로 변신해본다.
청태들의 행진도 나를 즐겁게한다.


내가 흔들면 추도 흔들흔들~
손끝에 전해져오는 진동, 촉감, 심지어 온도까지
전부 내것이 된다.
양쪽 귀에 여울로 만든 귀마개를 쓰고
햇빛으로 만든 스크린에
내 오케스트라를 그린다. 


꼬마누치가 왔다.
얼굴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온다.
너도 내가 보고 싶었니?^^


평소엔 양이 많아 도저히 다 못먹을 막국수 곱배기를
게눈감추듯 후루룩 마시고
햇살이 내려앉은 눈 위에 내 발자국을 남긴다.


손발이 점점 딱딱해지는데
손끝에 전해져오는 느낌은 처음부터 끝까지 생생하다.
시속 200km로 달릴 때보다,  경사 15도 넘는 산꼭대기에서 자전거로 내려올 때보다
훨씬 더 다이나믹하고 짜릿한 느낌에 막힌 속이 뻥 뚫린다. 


변덕을 부리며 또르르 휘감으며 흐르는 여울을 보다가
어질어질
물에 빠질뻔하고,
그와중에도 오리털 잠바를 너무 세게 잡아당겨서 팔꿈치라도 터지면 어쩌지 하는 생각.


새들이 누치를 잡는 건지 뿌린 덕이를 잡는 건지
물위에 둥둥 떠서 연신 뭔가 건져내는데
얄밉기만 하다.
꽝치는 마음이 이런 건가..ㅠ


그래도 텅 빈 여백에 한 획을 그은 누치 덕분에
맛있는 닭갈비도 먹고


바지가 다 젖고 양말도 다 젖고
손은 얼어서 퉁퉁 붓고
뼛속깊이 냉기가 흘러나와도


절대 오십견이 오지않을것만 같은 신나는 챔질
노을이 스며든 잊을 수 없는 커피맛과
뽀드득 뽀드득 눈밟는 소리가 날것만 같은 누치입술과
누치가 남기고간 향과 함께 배여있는 여울 냄새


선물이 별거 있나
이런게 선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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